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강화읍내로 들어서자 도로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승용차와 트럭, 오토바이가 뒤엉켜 있었고 머리에 보따리를 인 사람들이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날짜가 2로 끝나는 날이라 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강화도에서 제일 큰 장은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자리한 강화 풍물시장에서 열린다. 연면적 8842㎡ 규모. 현재 25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장날이면 건물 앞 공터에 좌판이 빼곡하게 늘어선다. 섬 주변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수산물을 비롯해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강화 순무, 밤처럼 속이 노란 고구마 등 강화의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 비로소 겨울답다. 한파를 뚫고 떠난 이번 주 여행지는 안면도다. 지금 먹으면 좋을 따뜻한 국물이 있고, 한창 맛이 오른 생선이 있다. 추위에 허한 가슴을 뜨겁게 달궈주는 일몰도 기다린다.낙지와 박속이 어우러진 국물 한 숟가락먼저 박속밀국낙지탕. 서울에서 출발했을 때 태안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나오는 곳이 원북과 이원이다. 이곳에 태안의 겨울을 더 반갑게 만들어주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박속밀국낙지탕이다. 사실 낙지만큼 다양한 식재료도 없다. 목포의 세발낙지회, 영암(독천)의 갈낙탕, 무안의 ‘
군산을 찾은 날 폭설이 내렸다. 한파경보가 발령한 날이었다. 영하 14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았다. 두꺼운 외투 사이로 칼바람이 파고들었다. 눈은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쌓여 있었다. 익산역에 도착해 예약한 렌트카를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그나마 익산~군산 간 시외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다행이었다.어렵게 닿은 군산시외버스터미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내항으로 향했다. 그사이 눈발은 더 거세졌고 바람마저 불기 시작했다. 군산내항 부잔교(뜬다리)에는 눈이 수북했다. 부잔교는 물이 들어오면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리가 떠오르고,
부안 가는 길, 창 밖으로 스산한 겨울 풍경이 스친다. 서울을 벗어나자 기다렸다는듯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세 시간 남짓 달렸을까. 어느덧 차는 부안에 도착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나보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부안의 기온은 영하 3도. 눈이 내린다. 처음 찾은 곳은 적벽강과 채석강이다. ‘임술 초가을 열엿샛날에 나는 손님과 배를 띄우고 적벽의 아래에서 노닐었다.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도 일지 않는데 술잔을 들어서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 읊조리며 요조의 장을 노래했다.’중국 송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1037~1101
목포에 갔다. 가서 먹었다. 팥죽에서 시작해 홍어, 민어, 낙지, 갈치, 매생이에 짜장면까지. 1박2일 내내 배가 불렀던 목포 먹방여행. 오전 아홉 시 이십 분, 용산역에서 목포행 KTX에 올랐다. 목포까지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오후 한 시나 돼야 도착한다. 늦잠을 자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탓에 출발하기 전부터 배가 고팠지만 생수만 한 병 마시고 말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먹는 것, 오직 먹는 것이다. 여행은 먹는 틈틈이 할 것이다. 1박2일 동안 홍어와 민어, 낙지, 꽃게, 갈치, 매생이를 먹을 계획을 세웠다. 여
남도 끝자락에 자리한 고장 고흥. 엄동설한이라는 말은 고흥 땅에 없지 싶다. 겨울이랍시고 입고 온 두꺼운 오리털 점퍼가 오히려 짐이다. 점퍼 속에는 반팔 티셔츠 한 장 입었을 뿐인데 등에 땀이 살짝 배인다.여행지로 그다지 알려진 곳이 아니던 고흥은 나로호 위성을 발사하면서 그나마 조금 알려졌다. 이 까닭인지 고흥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우주로, 우주항공로 등 길 이름과 우주슈퍼, 우주세탁소 등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우주장례식장이라는 간판도 보인다.[image1]지금이 제철, 살살 녹는 삼치회KTX가 순천까지 개통되기 전,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지나면 사천. 사천에서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남해다. 남해로 들어서며 ‘춘래불사춘’이 아니라 ‘동래불사동’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겨울인데도 겨울이 아닌 것 같다. 마늘이 가득 심어진 들판은 봄이 온 것처럼 푸르다. 출렁이는 바다는 옥빛이고 이마를 어루만지는 바람은 겨울이 아닌 듯 따스하다. 저절로 차창을 쓰윽 내리게 된다.초양대교를 건널 즈음 오른편으로 화살표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박아놓은 것이 보인다. 죽방렴이라는 것으로 일종의 원시어업 방식이다. 나무를 이용한 그물이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별미여행의 시작은 거제면 내간리에 자리한 굴구이집이다. 굴 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거제면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에 굴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다 위에는 가지런히 떠있는 투하식 굴양식장의 부표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굴은 겨울 추위에 떨어진 미각을
모든 것이 변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주 5년 만에 찾은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느낀 점이었다.어느새 루앙프라방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가 되어 있었다. 거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물가에도 놀랐다. 5년 전만 해도 5~6달러면 게스트하우스 싱글룸에서 묵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20달러는 줘야 했다. 흔하고 흔했던 1달러짜리 커피는 찾을 수 없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달러였다.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가격이었다. 사원과 박물관의 입장료 역시 두 배로 뛰어
우리가 포항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포항제철과 호미곶 일출, 구룡포, 과메기 정도가 아닐까. 여행객들이 포항을 찾는 시기도 대부분 새해 무렵이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다. 하지만 포항은 만추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부담 없이 가을 산행을 즐기기 좋은 계곡도 있고 산책하기 좋은 정원도 있다.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포항 가을 여행의 첫 목적지는 내연산 계곡이다. 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내연산은 포항시 북구 청하·송라·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강릉 하면 떠오르는 곳. 경포대, 정동진, 오죽헌, 선교장…. 하지만 이미 한두 번은 가봤던 곳.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코스로 가기로 했다. 강릉 시내~안목해변~주문진~헌화로~하슬라아트월드를 잇는 코스다. 강릉의 중심과 남과 북을 잇는 이 코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강릉과는 ‘약간’ 다른 강릉을 만나게 해준다. 예향 강릉을 만나다강릉에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유산인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젊은 장인이 있다. 도무형문화재 제14호인 방짜수저장 김우찬(40) 전수조교다. 16세 때 아버지 고(故) 김영락 방짜수저
지금 태백에는 가을이 절정이다. 분주령 가는 길, 황금빛으로 물든 낙우송과 자작나무가 어울려 운치 가득한 가을 풍경을 빚어낸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는 이국적인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박물관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한우, 물닭갈비 등 맛있고 풍성한 먹거리는 태백 여행의 보너스. 한때 탄광도시로 알려졌던 태백, 이제는 관광도시로 불러야 할 것 같다.분주령, 가을과 마주하다여기는 강원도 태백 두문동재 입구다. 정선과 태백을 잇는 38번 국도가 지나는 두문동재 터널 위에 자리한 고개다. 해
코끝에 닿는 바람이 차다. 달력은 고작 세 장 남았다. 일월부터 시월까지 열 달을 지내는 동안 우리는 잊고 싶은 일들을 얼마나 많이 쌓아두었는지… 마음 한편이 후회로 뻐근하다. 이럴 땐 여행을 가자. 좋은 풍경 앞에 서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그것보다 확실한 위로의 방법을 경험하지 못했다. 서산으로 간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절, 마당이 예쁜 한옥, 조선시대 역사를 밟으며 걸어볼 수 있는 성곽이 있는 곳. 게국지며 우럭젓국은 우리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물씬 갯내로 배를 채우고[image1]밤부터
겨울 끝자락에 있는 9월, 페루의 수도 리마의 날씨는 우울했다. 리마에 머무르는 4일 동안 단 한 차례도 햇빛을 보지 못했다. 하늘에는 언제나 진회색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오는 파도는 거칠었고 소금기 많은 바람은 소매단 속으로 무시로 파고들었다. 기온은 섭씨 15도를 웃돌았지만 날씨 탓일까, 어깨가 자주 움츠러들곤 했다. 하지만 이런 음울하면서도 우중충한 날씨도 맛있는 요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리마에 머무르며 유명 레스토랑과 시장의 길거리 음식들을 섭렵했던
지난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대한민국의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등재된 유적지구는 부여, 공주, 익산에 분포되어 있는 총 8개의 유적을 말하는데, 부여의 부소산성과 정림사지를 비롯해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익산시의 왕궁리 유적을 포함하고 있다. 백제 역사유적들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고대 왕국들 사이의 상호 교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제의 내세관·종교·건축기술·예술미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백제 역사와 문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을 꼽으라면 평강식물원을 꼽겠다. 평강식물원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때가 9월이다. 평강식물원은 한의사인 이환용 박사가 만들었다. 산과 들에 자라는 희귀식물들을 60만㎡ 계곡에 모아놓았다. 자생식물원, 고층습지, 고사리원, 암석원, 이끼원, 습지원, 들꽃동산 등 12개의 테마정원에서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초록으로 찬란한 정원에서의 한때[image1]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암석원이다. 백두산, 한라산, 히말라야, 로키산맥 등 세계의 고산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산식물과 바위에 붙
중앙고속도로 신림IC로 나와 주천 방향으로 가는 88번 지방도에 진입하니 풍경이 싹 바뀐다. 강원도는 강원도다. 길은 산모롱이를 따라 굽이굽이 돌며 심전도 눈금이 요동치듯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강이 나타났다가 또 사라지길 반복한다. 햇살 찬란한 강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강변에 차를 자주 세우게 된다. 강을 바라보며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위로는 솔개 한 마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맴돈다. 하늘은 높고 물고기 뛰는 소리가 가을의 정적을 흔든다.서강이 빚어놓은 비경[image1]영월에는
지난 8월 21일 제천시 청풍면 도곡리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승강장. 서울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해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평일 오전이라 예매를 안 해도 모노레일을 탈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매표소에 갔다. 아뿔싸, 매표소 직원은 지금 표를 사면 오후 3시24분 모노레일을 탈 수 있단다. 그 말을 듣고 주차장을 둘러보니 45인승 관광버스 7대가 일렬횡대로 늘어서 있다. “15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환불되지 않으며 다른 시간대에도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매표소 직원의 말을 듣고 3시24분 모노레일이라도 타기로 했다.청풍호 따라가
폭염도 한결 수그러든 가을 초입,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느리고 여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남양주.능내역~다산유적지~물의정원~수종사~왈츠앤닥터만 커피박물관~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코스다.시간이 멈춘 듯 서 있는 간이역[image1]서울 도심을 벗어나 팔당 방면으로 접어드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오른편으로 북한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새털구름이 가볍게 떠 있는 푸른 하늘, 수면에 닿은 초가을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비로소 오는 것 같다.남양주 조안면을 제대로 느끼고
지난 8월 10일 전북 장수에 다녀왔다. 본격 휴가철이 끝나서인지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에서 장수까지 3시간30분이 걸렸다. 첫 목적지는 덕산계곡. 장수 사람들이 여름철 피서 삼아 찾는 곳이다. 피서철이 끝났지만 주차장에는 승용차와 승합차 등 10여대가 주차해 있었다. 모두 덕산계곡으로 물놀이를 나온 가족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귓전에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렸다. 주차장에서 100여미터를 걸어가면 계곡 초입. 생수 등을 파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는데 그 앞으로 바로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은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로 시끌벅적했